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에이리언 (Alien, 1979)'의 프리퀄로 먼저 알려진 작품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실 개인적인 기대의 포인트도 여기에 머물러 있었다. 프리퀄 이란 형태는 기존 작품들의 장점들을 그대로 계승해 최대한 신작이 갖는 벽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스토리 전개 등 여러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계점도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프리퀄로서도 성립이 가능한 작품이지만 이것은 부수적인 기능의 수행일 뿐, 독립적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고 오히려 1979년 작 '에이리언'의 이야기가 '프로메테우스'의 파편과도 같은 작품으로도 이해가 가능할 정도의 압도적인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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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인트로. 태초의 지구로 예상되는 무인지경의 자연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엔지니어'로 불리는 이는 어떤 액체를 마시고는 분열되어 폭포 아래로 떨어지고, 분열된 이 자의 DNA는 물 속에서 다른 것들과 함께 결합되어 간다.


'프로메테우스'의 첫 장면과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이 글 후반부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어떤 설이 정설인지는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는 듯 하다. 만약 이 인트로가 100% 영화를 규정 짓는 장면이라 반드시 어떤 내용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렇지만 이 인트로의 중요성은 영화를 곱씹어보면 볼 수록 느끼게 된다), 100%는 아님을 바로 이어지는 데이빗 (마이클 패스밴더)의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우주선 프로메테우스에 홀로 깨어 농구도 하고 다른 사람의 꿈(과거)도 훔쳐보고 영화도 보는 데이빗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모티브가 포함되어 있는데, 바로 데이빗이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를 보고 극 중 로렌스의 대사와 헤어스타일을 따라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개인적으로도 고전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여러번 보았던 작품인지라 '프로메테우스'에서 인용되는 순간, 데이빗의 존재와 맞물려 바로 영화의 모티브를 연결해 볼 수 있었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피터 오툴이 연기한 로렌스는 영국인과 아랍인 사이에 모두 속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철저히 홀로 존재했던 외로운 존재였으며, 그렇기에 한 쪽이 아닌 양쪽의 부담을 심리적으로 모두 감당해야만 했던 안타까운 존재였다. 하지만 로렌스는 양쪽을 모두 아우를 만큼의 믿음을 갖고 있었던 캐릭터이기도 했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 속 로렌스의 중간자적인 캐릭터는 '프로메테우스'에 와서 조물주(엔지니어)와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로봇 데이빗으로 투영되었으며, 로렌스가 그러하였듯 데이빗의 시작과 결말도 이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꼭 데이빗의 이야기로 치환하지 않더라도 '프로메테우스'는 여러가지 가치들의 관계를 통해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상당히 포함하고 있다. 아, 그리고 인용한 장면이 다름 아닌 '믿음'에 관한 장면이었다는 것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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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데이빗이 로렌스를 보고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장면은 일회성이 아닐까 했는데, 결국 데이빗은 끝까지 로렌스의 헤어스타일을 고집한다. 다시말해 데이빗은 물론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를 단단히 결심하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하고자 하는 믿음은 죽음에 관한 (Mortal) 것과 연결된다. 죽음을 앞두고 영원을 누리기 위해 창조주를 만나고자 하는 웨이랜드 사의 회장 피터 웨이랜드, 죽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데이빗 그리고 불멸의 존재로 인간들에게 그려지는 엔지니어들까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멸의 존재로 예상되었던 엔지니어들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하고자 하는 믿음은 죽음에 관한 (Mortal) 것과 연결된다. 죽음을 앞두고 영원을 누리기 위해 창조주를 만나고자 하는 웨이랜드 사의 회장 피어 웨이랜드, 죽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데이빗 그리고 불멸의 존재로 인간들에게 그려지는 엔지니어들까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멸의 존재로 예상되었던 엔지니어들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영화가 처음 가졌던 질문이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것이었다면, 엔지니어들 역시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시점에서 이 방향성 역시 변화를 겪게 된다. 창조주로 생각했었던 엔지니어들이 신과 같은 존재라기 보다는 진보한 또 하나의 존재(유한한)라는 점과 그들이 인간을 창조한 이유 역시 인간들이 기대한 '무엇'이기 보다는 그들의 필요에 의한 다른 무엇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정답을 내놓기 보다는 이 질문을 던지게 된 배경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모든 캐릭터와 관계들이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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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통해 믿음의 메시지를 던졌던 '프로메테우스'는 결국, 각기 다른 것을 믿었던 이들의 믿음이 생기고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오래 전 각 문명들에서 발견된 동굴 벽화를 보고 인간을 만든 창조주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쇼'와 '찰리' 박사, 그리고 이들이 생명을 주었다면 죽음마저 앗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피터 웨이랜드와 이런 웨이랜드의 생각을 믿지 못하는 비커스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 만이 갖고 있는 믿음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보게 된다. 아마 '프로메테우스'가 좀 더 명확한 하나의 답을 주고자 했던 영화였다면 처음 가졌던 믿음을 그대로 끌고 갔거나 아니면 그 믿음이 철저히 붕괴되어 가는 과정으로 마무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겪고 난 다음 새로운 믿음이 생겨나는 과정까지 열어두었다. 즉, 이 영화는 워쇼스키의 '매트릭스' 처럼 하나의 가설을 두고 다양한 논리와 철학으로 설득하는 영화가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만이 답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작품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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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직간접적으로 하나의 정답만이 의미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답을 찾으려는 것 자체, 혹은 인물들 각각이 선택한 그들 만의 답이 모두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닌 모두가 답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이야기한다. 쇼나 찰리가 꿈꾸던 창조주의 모습은 아니지만 엔지니어로 불리는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인간을 의도적으로 창조했거나 그렇지 않고 우연에 의해 창조했을 수도 있으며 (그래서 인트로 장면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도록 연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추후에 알려진 오프닝의 확장된 장면을 포함하더라도 그렇다), 엔지니어들의 우주선에서 발견된 수 많은 괴생물체들의 존재가 가둬두기 위함인지 양육하기 위함인지, 양육하기 위함이라면 정확히 무엇을 위한 것인지 영화는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 만약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창조한 것이라면 이 모든 일들이 끝나고 지구로 귀한하지 않고 그들의 행성으로 답을 얻기 위해 떠나는 쇼의 여정이 더욱 의미있을 것이고, 우연에 의한 창조였다면 이 우연이 가져오게 된 결과에 대해서 좀 더 깊이 따져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영화가 '에이리언'의 프리퀄로서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프로메테우스'가 명확한 '에이리언'의 프리퀄이었다면 에이리언의 탄생과 존재에 대한 더 확실한 모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이 그 좋은 예) 이 작품에서는 바로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프리퀄 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우연에 근거한 탄생론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트로 장면으로 미뤄봤을 때 처음에 이 검은 물체는 엔지니어를 숙주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함께 산화해 버렸으니까), 쇼의 몸에 잉태되어 진화한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엔지니어와 만나게 되었을 땐 엔지니어를 숙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잉태와 숙주라는 개념은 '에이리언'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부분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 이 장면이 인상 깊을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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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정리를 해보자면 '프로메테우스'에 존재하는 이른바 떡밥이라 불리우는 수많은 단서들은 여타 다른 영화들에서 단서가 활용되는 것들과는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가 단서를 활용하는 보통의 방법은 단순히 늘어놓기 위함이 아니라 언젠가는 (혹여 이번 영화에서가 아닐지라도) 반드시 풀기 위한 복선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인데, '프로메테우스'의 수많은 단서들은 반드시 풀기 위함이 아니라 푸는 과정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왜 엔지니어는 인간을 창조했는가? 데이빗의 정확한 의도는 무엇일까? 엔지니어는 인간을 의도적으로 창조한 것일까? 왜 엔지니어는 이 곳에 군사기지 같은 곳을 만들어 놓고는 우주선 안에 엄청난 수의 '무언가 (이것이 나중에 모습으로 진화할지 몰랐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를 담고 어디로 향하려고 했던 것인가? 등의 질문은 물론, 처음 이 행성에 도착했을 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같은 우주선이 하나가 아닌 여럿이라는 점으로 미뤄 각 우주선 마다 이 정도의 괴생물체가 존재할 것은 물론 또 다른 엔지니어 생존자가 숙면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도 남겨두었을 정도로, 해결되지 않은 일들과 질문들이 이 영화엔 가득하다.


'프로메테우스'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 작품이라고 봤을 때, 위의 늘어놓은 질문들은 어쩌면 여러 번의 기회일런지도 모르겠다. 정답이 필요한 질문이었다면 여러 개의 질문과 의문을 던질 필요조차 없었겠지만 이 영화와 같은 경우라면, 더 많은 기회를 통해 과정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핵심인 영화이기 때문에 의문점들, 아니 한 가지로만 해결되지 않는 미완의 것들을 일부러 여럿 남겨둔 셈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이 모호함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확함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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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맥스 3D 감상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3D는 둘째 치더라도 이 영화에 아이맥스라는 포맷은 정말 필수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인트로의 그 광활한 아이슬랜드의 풍광은 아이맥스의 대화면으로 볼 때 그 위엄이 제대로 느껴지더군요. 이러한 압도적 위엄이 있어야 이 영화의 초반 분위기가 성립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이런 거대한 자연에 비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덧없음을 인트로는 말없이 얘기하고 있죠), 아이맥스 3D의 관람을 강추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이 스케일은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구요.


2. 속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이해한대로 라면 속편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네요. 속편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 같구요. 이미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던지고자 한 질문에 충실한 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3. 아무리 생각해도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인용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자 대단한 시도였다고 생각되네요. 그 인용 하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힘을 얻게 된 것은 물론이요, 데이빗이라는 캐릭터에게 이전 '에이리언' 시리즈의 비숍에게는 없는 '공감대'를 만들어주었으니까요. 페스벤더의 연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4. 일단 한 번 쏟아내지 않으면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깊은 인상을 안긴 작품이었습니다. 한 번 쏟아내고나니 그나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지만, 한 번 더 보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쏟아내고픈 욕구가 발동하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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