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화 (滿城盡帶黃金甲: Curse Of The Golden Flower, 2006)
_ 금빛에 심취한 콩가루 집안의 반지의 제왕급 블록버스터

설날마다 쏟아지는 TV영화들. 약 20편을 한다고 치면 그 중에서 못보았거나 혹은 보고 싶은 영화들은
기껏해야 2~3편이면 많은 정도다. 이번 연휴 첫날 내가 선택한 영화는 <황후화>였는데,
극장 개봉시 썩 맘에 와닿지 않아 보지 않았던 영화로서, 이번에 HD로 방송을 해주어 기쁜 마음에 감상을 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엄청난 스케일과 색을 좀 더 느끼려면 극장에서 감상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HD화질로 즐기는 영상의 미도 상당했으며,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역시 집에서
감상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 영화였다.

이 영화는 <영웅>을 만든 장이모우 감독의 작품인데,
딱 보면 장이모우 식 영화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영화의 논리와 영상이 가득 담겨있다.



영웅의 마지막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예전 매우 소박하고 전통스런 중국적인 감성과 정서를 담아내던
장이모우와는 달리, 액션이 가미된 작품들로 넘어오면서 장이모우의 스타일은 완전히 스케일로 압도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 <황후화>역시 스케일로 시작해서 더 큰 스케일로 마무리하는 영화이다.
아마도 이런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주기 위해서 황제와 황후라는 주인공 설정과 궁전이라는 배경은
더할나위 없는 좋은 소재였으리라.
이 영화는 부족한 내용을 스케일로 압도하려는 영화이다. 사실 예전 장이모우의 영화들을 보았다면
과연 그의 영화가 이렇듯 스토리를 스케일로 억눌러야만 감상이 가능한 영화였는가를 반문하게 되는데,
<영웅>이후 그가 만든 액션 영화들은 이 물음에 '그렇다'라고 말할 수 밖에는 없는 현실을 자아내고 있다.

도대체 몇번이나 엄청난 크기의 대문을 열고서야 나타나는 본궁, 그리고 우리가 흔히 비교하곤 하는
'여의도'크기의 몇배가 되어보이는 엄청난 궁궐안을 장식한 노란 화분들, 그리고 그 안에 실제로 들어가 있다면
아마도 현기증이 날 듯한 엄청난 색채의 복도까지, 중국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장이모우의 액션 영화에서만
볼 수 있을 듯한, 엄청나게 실제로 동원된 물량을 유감없이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을 '금'. 영화를 보고나면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더라도
바로 그 '금빛'만은 잊혀지지 않을 만큼, 온통 금 물결이다. 금빛으로 도배한 옷과 장신구, 갑옷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온통 금빛 갑옷을 입은 1만명의 병사들이 때로 등장하기도 하고, 심지어 공리의 립스틱
색깔과 아이셰도우의 색까지 금빛으로 치장하여, 물량의 스케일과 더불어 '금'이라는 자체가 주는
위압감과 화려함으로 한 번 더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영웅>에서도 그랬지만, 장이모우가 보여주는 이 압도하는 스케일은 내용적인 면과 아주 큰 밀접함이 있다.
중국정부가 확실히 밀어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말하는 <영웅>이란 여러나라가 피를 흘리며
다투는 것보다 한 명의 독재자가 나서 깔끔히 정리하는 것이 '대의'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암살임무를
포기하고 마는 주인공이 '영웅'이었고, 이번 영화에서도(사실 이 영화에서는 어느 한 편이 이른바 '착한편'
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완전한 이분법은 어렵겠지만), 아무리 반란을 꿈꾸고 1만군사를 도모했더라도
'황제'에게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즉 절대 권력에는 절대 복종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행복한 것이라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온통 금으로 치장한 황제와 엄청난 계획가 수로
반란을 도모했던 황후도 결국 더 많은 물량과 힘을 갖은 황제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이른바 '콩가루 집안'이 주인공이라 황제가 나쁜 역이고 황후가 착한 역
이라고 볼 수도 없지만, 어쨋든 절대적인 것에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영화에서도 의로운 주인공이 실패하는 암울한 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들도 있지만,
장이모우의 영화에서 이런 결말은 암울한 엔딩이 아니라, 관객에게 '받아드려라'라고 대놓고 강요하고 있는
식으로 마무리짓고 있다.

이 영화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했어야 한다고 본다.
황제 일가의 여러가지 비밀들과 암투, 갈등을 깊게 다루던가, 아니면 이를 배경으로만 삼고
화려한 영상의 액션 영화로 만들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좀 더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 영화의 시작은 무언가 중간부터 시작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렇다할 설명이 별로 없이,
대충 짐작으로 감잡게 한 뒤, 막 판에는 갑자기 반지의 제왕이 절로 떠오를 대규모 액션씬이 등장하는데,
무언가 스케일을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듯한,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었다.
물론 장면만으로 따져본다면 투입된 엄청난 물량답게 영상은 황홀하였으나, 내용은 없는 뭐 그런식이었다.

아직도 금빛이 아른거리는구나....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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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영화와 음악 사이에서 고민 중. 오늘은 조금 영화 쪽으로 기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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